글번호
911278

동아시아 모더니티 총서 06_재봉틀과 일본의 근대

작성자
kuasiacontents
조회수
308
등록일
2021.08.17
수정일
2024.02.13

책 소개

이 책은 일본 여성들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손바느질을 ‘재봉틀’의 기계 바느질로 대체하면서 스스로가 어떻게 근대적인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는지, 또 가정과 일(직업)을 동시에 해내는 ‘전문 가정주부(전업주부)’가 되는가를 보여주는 사회문화사 연구서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재봉틀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근대성과 근대화의 본보기였고 근대 일본에서도 재봉틀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으로서의 남성과 재택 재봉의 ‘부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되는 여성 모두와 관련된 근대 문화상품의 세계화와 지역화의 복합체였다

 

이와 같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대표적인 브랜드 상품인 싱거 미싱사의 재봉틀은 1900년 일본에서 판매를 개시한 후의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과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표방한 언설은 양재학교 설립을 주도하여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왕성한 양재교육으로 이어졌다. 이는 의류제작이 가정에서 공장으로 이행되어 일찍이 기성품 화 된 서구와 달리 ‘부업’ 형태의 재택 재봉 생산을 유지시키면서 국민총동원시기 후방에서 군대를 지원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일본인이 전통의상에서 양장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문화충돌과 복장 교육가들의 일본 복식사의 아이덴티티, 국가의 전쟁 동원용 의복(국민복과 몸뻬)의 수용, 재봉틀 부업으로 성공한 미담(美談)을 통한 일본 여성들의 ‘국민화’ 등, 일본의 근대화 시기의 전반적인 생활 문화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책은 근대 일본여성의 재봉틀 수용에 따른 복장문화 변용과 함께 다국적 기업의 시장 제국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 싱거 미싱사는 실질적인 구매 능력이 없던 주부에게 ‘한 달에 얼마’라는 소액을 제시하는 할부 판매라는 신용제도, 가정 방문을 통한 홍보・시연・교육・수금과 같은 직접 판매라는 독특한 판매 시스템을 유지했다. 그러나 1930년대 발생한 노사분규는 일본적 고용 시스템과 품질관리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제조사들의 경영학적 관행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재봉틀을 둘러싼 일본 여성들의 근대화 과정이 가정과 사회, 국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 이면에는 여성들을 근대적 제품의 ‘소비자’로 만들기 위한 20세기 기업들의 ‘브랜드 상품’의 생산과 홍보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가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1930년대 싱거 제품을 복제한 일본의 재봉틀은 서양문화의 침입에 대한 순응과 변형의 한 방법으로서 ‘일본만의 독특한’ 관행으로 홍보되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근대적 문화상품들의 구매와 확산, 부업을 통한 중산층의 등장과 양장화의 변화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통계를 이용한 사회조사가 실시되는 등, 사회 전반의 ‘근대화’ 현상들을 실례로서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어머니들의 힘든 노동력을 덜어주기 위해 발명된 재봉틀이 근대 일본에서는 ‘가정 내’의 부업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여성들을 ‘생산적’ 노동으로 내몰았다. 근대 일본여성에게 있어 재봉틀은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제조사의 멋진 이데올로기를 통해 가정 안팎에 상관없이 가족을 돌보고 ‘돈’도 벌어야 하는 ‘전문 가정주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문 가정주부’는 여성의 노동이 ‘사회적 노동’이자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자긍심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전업주부’의 현재적 의미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런 사회현상은 한국에서도 1970년대 이후 청계천 피복 공장의 어린 남녀직공에게로 그대로 옮겨갔다. 당시 골목길 전신주에 붙어있던 ‘미싱사 시다 모집’의 광고지는 한국의 산업발전 속에서 근대화의 관행으로 이해되는 아픈 역사이지만 그 사실을 통해 ‘노동법’이 개정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공장 재봉틀로 제작된 규정 사이즈(S, M, L)의 옷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근대화’된 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미 학습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뿐이다

 

■ 지은이 _ 앤드루 고든(Andrew Gordon)

앤드루 고든은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이며 일본 근대사 연구자이다. 고든은 노동, 계급, 그리고 근대 일본의 사회와 정치사에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본 근현대사를 정리한 『A modern history of Japan: From Tokugawa Times to the Present, 〈현대 일본의 역사1. 2〉』는 일본의 도쿠가와 시대부터 개국을 거쳐 근대 일본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통찰력 있는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또 『Labor and Imperial Democracy in Prewar Japan〈일본의 노동・제국주의〉』(UC Press)에서는 일본 남성의 노동사를, 그리고 본서의 『Fabricating Consumers-The Sewing Machine In Modern Japan 〈재봉틀과 일본의 근대: 소비자의 창출〉』에서는 일본 여성이 ‘재봉틀’을 통해 근대적인 ‘소비자’와 ‘생산자’로 등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는 현재 일본 및 미국의 동료들과 함께 2011년 3월 일본의 재난에 대한 디지털 기록 보관소를 만들고 있다.

 

■ 옮긴이 _ 김경리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조교수 및 동 대학 아시아콘텐츠연구소 부소장이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일본문화・언어학과에서 일본문화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근대 일본의 정치・사회・문화 - 도쿄의 도시 공간과 철도, 그리고 청일・러일전쟁, 근대 일본의 복식사와 같은 사회문화사의 근대화 과정을 니시키에(다색 목판화)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의 표상(그림엽서, 스탬프, 랜드마크)을 통해 20세기 초의 동아시아가 이미지로 어떻게 네트워크화 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MICE산업도 주요 관심분야이다. 역서는 『황후의 초상』(공역), 『‘조선’ 표상의 문화지』(공역), 『1929년, 조선을 박람하다』(공역) 등이 있다. 논문은 「시각이미지를 통한 근대 일본의 표상 연구 : 개항기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대일본제국헌법발포식 니시키에(大日本帝國憲法發布式錦絵)의 쇼켄황태후(昭憲皇太后) 표상」, 「철도관광과 조선선 철도역 기념스탬프를 통한 도시 표상 연구」, 「스탬프의 식민정치학 - 식민지 조선의 명소 기념스탬프의 장소성」, 「근대일본의 그림엽서 문화사 담론」 등이 있다.

 

 

■ 목차

시작하며

서론

제1부 일본에서의 싱거

제1장 메이지 시기의 재봉틀

일본 최초의 재봉틀

황후의 새로운 의상

싱거 점포 개설

누가, 누구를 위해, 어디에서 바느질을 했는가.

제2장 미국식 판매법

일본 내의 싱거 시스템

일본의 세일즈맨 계급의 형성

자립적인 “여자 강사”

소비자 신용이 약속하는 것

싱거의 일본 내 대차대조표

 

제3장 근대적인 생활을 판매하고 소비하다

양처현모 마케팅

“실제 경험담”일 읽는다.

현명함과 즐거움의 추구

자립을 위한 재봉과 사회질서

“일본인다움”을 바느질해서 입는다.

제4장 양키 자본주의에 저항하다

서곡

세일즈맨의 파업

대단원

“국가의 관행” VS “전 세계 범용” 시스템

반 양키 자본주의 투쟁에서 싱거 시스템 채용으로

제2부 근대성을 바느질하다

제5장 후방의 병기

일상생활 속의 전시 근대성

비상시에 현명함으로 자립한 여성들

전시 하의 근대적인 생활 규제

전시 하, 일본의 근대성을 만들어내다.

제6장 기계 제작의 불사조

재출발

전투태세에 들어선 생산자들- 싱거 VS 일본

판매 과학과 즐거움의 판매

규칙이 있는 채무자의 행복한 생활

제7장 양재사의 나라

장시간의 재봉 – 전후, 주부의 시간 배분

여자는 무엇을 입는가 - “이중생활”의 청산

양재사의 나라를 훈련하다.

상업용 재봉

가정용 재봉

가정에서의 “관전기(觀戰期)”의 종언

 

결론

싱거 재봉틀과 글로벌적인 근대 생활

근대에 대한 저항과 순응

보유

시간 사용 설문조사에 대한 각서

 

역자 후기

주요 참고문헌

도표 일람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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